형님!
제가 군산의 수송동에 위치한 L*마트 안경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은 이미 아실테고요...

마트 내 안경원에서 불과 7m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skt, olleh, lgt 등 이른바 '통신 서비스'를 취급하는 매장이 있습니다.
거기 근무하는 직원들 나이가 대략 20대 초반에서 중반입니다.
안경원 근무자들과의 연배가 워낙 차이 나서 직접적 교류는 없고 지나가다 서로 눈인사 정도는 하고들 지내죠.

한편, 안경원에서 40m 떨어진 곳에 오직 금(Gold)만을 매입하는 매장이 있습니다.
이 친구는 40대 초반으로서 'Golden Boy'라고 제가 별칭을 지어 주었죠.
띠동갑인 이 친구와 저는 가끔 마트 바깥 벤치로 나와서 캔 커피에 담배 하나씩 물고 담소를 나눈답니다. 스트레스를 푸는 거죠^^
다행스럽게 제가 형님 앞에서 그런 것 처럼 무척 예의바른 녀석이랍니다.

얼마 전, 그러니까 약 두 달 전일겁니다. Golden Boy와 함께 마트 바깥의 벤치에서 담소를 나누던 중에 웬 젊은이가 말을 건넵니다.
"저 담배 한 대 피워도 될까요?"
(오! 기특한지고...)
"그럼요^^ 얼마든지...."
하여 서로 말을 텄고 친구가 되었습니다. 'olleh Boy' 별칭을 준 이 젊은이는 22살로서 KT olleh 매장에서 근무한다더군요.
22, 42, 54라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이 되는 순간이었죠.

누구는 이 젊은이가 아무렴 아버지 나이 앞에서 맞담배를 피는 게 탐탁치 않게 생각하기도 하겠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오직 이 환경에서만 우리는 서로 친구로서 매장 내에서 발생하는 온갖 스트레스를 풀 때만 유효하다"고 정의를 내렸습니다.
저는 대접 받으려고 하지 않으니까요^^

이래서 서로 위로하며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

보름 전 어느 날, 새벽 두 시 경에 집으로 가던 중 olleh Boy가 여친과 함께 길거리에 있는 것을 발견하는 순간에
"어이, 친구 일찍 돌아다녀^^"라고 말을 건넨적도 있었습니다. olleh Boy는 야행성이었나 봅니다.

그런데 7월 5일부터 olleh Boy 녀석이 매장에서 보이질 않았어요. 그래서 그를 아는 사람들은 다들 '휴가나 근무 환경이 바뀌었나보다.'고 생각한 거예요.
다른 곳으로 근무지가 바뀌었다면 인사라도 하고 갈 그런 녀석이었기에 좀 의아하게 생각하기는 했어도 말입니다.

한편, 7월 4일 아침, 지방 뉴스에서 마트 인근 도로에서 시속 140km의 음주운전 차량이 새벽에 횡단보도를 건너던 젊은 두 남녀를 치고서
차량은 전복되고 두 남녀는 현장에서 즉사하였다는 소식을 접하고서 "누구의 아들딸인지는 몰라도 안타깝게도 비명횡사했구나"라고만 생각하고 그냥 지나쳤는데 아뿔싸! 7월 9일 olleh Boy 친구가 바로 사고를 당한 그 젊은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Golden Boy 친구가 '통신서비스' 매장 직원에게 "요즘 이 친구 안 보인다고"고 하니 직원이 말하길 "그 친구 그날 사고로 죽었다"고 하더래요.
이어서 Golden Boy가 그 소식을 저에게 바로 전한 것이고요.

......
순간 우리들은 그냥 멍하니 허공을 시선 고정없이 바라보기만 하였습니다.
두 달 전부터의 추억은 주마등처럼 떠 오르고 마음도 무척 아팠지만 사망한 지 5일 만에 알았으니 빈소를 찾아갈 수도 없으며 집조차 모르니 당황스럽네요.

새벽에 혈중알코올 농도 0.075 수치를 지닌 채 시속 140km로 시내 길을 질주해서 두 남녀를 사망케 한 사람은 48살로서 군산에서 점포를 세 곳이나 가지고 있는 금,보석을 취급하는 사람인데요. 이 세 점포 중 마지막 점포는 마트 바깥 길 건너에 위치해 있고 오픈한 지 불과 보름도 채 안 된 곳인데요, 비싼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요 며칠 사이에 문이 닫혀 있길래 "힘들게 오픈하고 좀 쉬는가 보다"고 생각했는데요, 바로 이 사건 때문에 문이 닫혀있었던 것입니다.

아이러니칼하게도 말이죠, olleh Boy가 근무하는 마트 내 매장과 마트 바깥 길 건너의 금,보석 점포와의 거리가 불과 120m 거리 밖에 나지 않고요, 더구나
두 매장이 직선에 위치하여 서로 보이는 곳이라는 겁니다. 안과 밖이라는 차이만 있을 뿐입니다. 사고를 낸 이 분, 군산에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활동력이 매우 넓은 사람이기도 한데 새벽의 질주차량에 동승한 사람은 아내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아마, 이 분은 그동안 벌어 놓았던 돈을 거의 다 내어 놓아야 할것 같지 않습니까?
사망자 보상 금액은 물론 아마도 예상되는 아내와의 이혼 합의금 등이 있을 수 있겠죠.
공들여 쌓은 명예, 재화, 가정 등에 막대한 손실은 48살이라는 나이를 감안하면 아마 감당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형님!
사망한 두 어린 그들에게, 사고를 낸 그 사람에게도 신의 가호가 있기를 바랍시다.
횡단보도일지라도 조심스럽게 길을 건너는 주의력도 같이 가져봅시다.

이 글을 입력하는 순간에도 olleh Boy 이 녀석은 안경원을 지나쳐 가는 듯하여 자꾸 그곳을 바라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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